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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여름철에 갑자기 입맛이 떨어져 식욕을 잃고, 힘이 없어 쉽게 피곤해지면 어른들은 이런 증상을 "더위 먹었다"고 표현했다. 그럴 땐 각종 보양식이나 익모초를 짠 즙을 먹게 했다. "더위 먹었을 땐 익모초"라는 말도 생겼다. 익모초는 '어머니에게 이로운 풀'이라는 뜻으로, 여성 건강과 뭉친 혈액 순환에 도움을 주는 약용 식물이다. 몸 안의 과도한 열을 내리고 더위 먹었을 때의 식욕 부진과 피로 해소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소화 기능이 약한 사람이 과다 복용하면 복통이나 설사를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더위에 식욕 떨어지는 과학적 이유
과학적 관점에서 보면 억지로 쓴맛을 찾아 먹는 것보다 몸의 열을 다스리는 냉각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적이다. 무더위에 음식을 봐도 식욕이 생기지 않는 것은 단순히 입맛이 까다로워져서가 아니라, 몸이 과열을 막고 정상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영국 브리스틀대 심리학·신경과학부 단 바움가르트 박사는 여름철 폭염이 인체의 위장관계와 신진대사에 미치는 영향과 식욕 저하의 과학적 원인을 설명했다. 그는 "우리 몸은 평균 37°C의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신진대사와 다양한 생리적 기능이 올바르게 작동한다"고 말했다.
체온 조절을 담당하는 핵심 센터는 뇌의 시상하부다. 체온이 너무 낮아지거나 높아지면 체내 효소 활성과 생화학적 반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더운 날씨에 노출되면 몸은 체온 상승을 막기 위해 땀을 흘리거나 피부 혈관을 확장해 열을 방출하는 등 각종 냉각 메커니즘을 가동한다.
특히 혈액 흐름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몸을 식혀야 할 때 혈액은 열을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피부 표면 쪽으로 많이 몰린다. 이 과정에서 위장관 등 다른 장기로 가는 혈류량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음식을 섭취하면 소화와 흡수를 위해 장으로 혈액이 많이 흘러가야 하지만, 폭염 속에서는 몸이 열 방출에 집중하면서 장으로 가는 혈류가 감소한다. 이 때문에 여름철 식욕이 뚝 떨어지게 된다.
◇호르몬 변화와 갈증 신호도 영향
식욕은 배고픔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 그렐린과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 렙틴, 펩타이드YY, GLP-1 등의 균형에 의해 조절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열에 노출될 때 배고픔 호르몬은 줄고 포만감 호르몬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시상하부가 관장하는 배고픔과 갈증의 신호 중첩도 중요하다. 체온이 올라가면 몸은 냉각을 위해 땀을 흘리고, 이로 인해 수분이 손실되면서 뇌는 강한 갈증 신호를 보낸다. 음식을 먹는 것보다 수분 섭취를 최우선으로 삼는 것이다. 다만 물을 한꺼번에 너무 많이 마시면 위가 팽창해 식욕이 더 떨어질 수 있다. 또한 열 스트레스는 위장 운동을 둔화시켜 음식을 더 천천히 비워내게 만든다. 음식이 위에 오래 머물면서 포만감 신호가 지속되어 더부룩함이 오래 간다.
◇무더위 속 현명한 영양 섭취 방법
폭염 속에서 몸의 최우선 순위는 소화가 아니라 체온을 낮추는 것이다. 여름철에는 소화 과정에서 대사 열을 많이 발생시키는 고단백·고탄수화물 음식보다 수분이 풍부하고 시원한 과일, 샐러드, 채소, 우유, 요거트 등 가벼운 유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식욕이 떨어졌더라도 몸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은 중요하다. 수분과 전해질을 충분히 섭취하고, 과도한 신체 활동을 피하며, 얇고 헐렁한 옷을 입어 몸을 시원하게 유지하면 식욕 회복에 도움이 된다. 음식은 한 번에 많이 먹기보다 영양가 높고 수분과 전해질이 풍부한 음식을 조금씩 자주 나눠 먹는 것이 효과적이다.
단백질도 하루 동안 조금씩 여러 차례 섭취하면 체온 상승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견과류, 유제품, 채소, 콩류, 아보카도, 올리브, 곡물처럼 영양 밀도가 높은 식품은 더운 날씨에 식욕이 떨어졌을 때 균형 잡힌 영양을 공급하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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